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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가 사극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방송 저 방송에서 사극이 줄을 잇고, 많은 이야기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 사극을 보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성은(聖恩)’도 그중 하나입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할 때의 그 ‘성은’ 말입니다.

 

‘성은’은 “임금의 큰 은혜”를 뜻하는데요. 사극 등을 보면 “임금님의 성은을 입어 왕자를 낳았다” 따위처럼 임금과 잠자리를 함께한 것을 말할 때도 ‘성은을 입다’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러나 “여자가 임금의 총애를 받아 밤에 임금을 모시는 것”을 뜻하는 말은 ‘성은’이 아니라 ‘승은(承恩)’입니다. 한마디로 후대를 잇게 한 은혜라는 얘기죠.

 

또 사극에서는 무수리나 상궁들끼리 싸움을 벌이다가 “내 웃전에 고해 혼구멍내주겠다” 따위로 얘기하는 장면도 종종 나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때 무수리나 상궁이 ‘웃전’에 고하기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흔히 ‘윗전’으로 잘못 쓰는 ‘웃전’은 “임금이 거처하는 궁전”이나 “임금을 높여 이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웃전’은 임금이 대비마마를 가리켜 말하는 2인칭 호칭으로도 쓰였습니다. 그런 말을 무수리나 상궁끼리 싸움하면서 입에 올렸을 리 없습니다. 무수리나 상궁이 임금님 앞에서 ‘누가 어쨌으니 혼내 달라’고 얘기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SBS TV <장희빈>에서 사약을 내리는 장면.

 

참, 사극에서는 ‘사약’도 종종 등장합니다. 임금이 죄인을 죽게 할 때 내리는 독약 말입니다. 그런데요. 많은 사람이 ‘사약’의 한자를 ‘死藥’으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 약을 먹으면 다들 죽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임금이 왕족이나 사대붕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내리는 독약은 ‘死藥’이 아니라 ‘賜藥’입니다. ‘죽이는 약’이 아니라 ‘임금이 내린 약’이라는 뜻이죠. ‘賜’는 “은혜를 베풀다” “분부하다” “주다” 등의 뜻을 가진 ‘사’ 자입니다.

 

공자의 말씀인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뜻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를 받들던 때라, 몸을 상하게 하는 참형이나 거열형을 피한 것만으로도 임금의 은혜를 입은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요. 제가 조금 전에 예문에서 얘기한 ‘혼구멍’도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말입니다. “혼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혼구멍나다’를 비롯해 ‘혼구녕나다’ ‘혼꾸녕나다’ 따위가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바른말이 아닙니다.

 

현행 표준어규정은 어원에서 멀어진 말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말 역시 “혼에 구멍이 나다”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혼구멍나다’를 표준어로 삼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혼꾸멍나다’를 표준어로 정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marg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