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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 가락지

 

우리말에는 한자말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래의 뜻과 달리 엉뚱하게 쓰는 말도 참 많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죠.

 

한 언론이 미세먼지 관련주, 옥석구분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옥석구분은 참 괴상하게 쓰인 말입니다. 왜냐고요? ‘옥석구분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리라는 의미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옥석구분의 한자표기는 玉石俱焚입니다.

 

<서경(書經)> ‘하서(夏書)’에 나오는 玉石俱焚옥이나 돌이 모두 불에 탄다는 뜻으로,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이 구별 없이 모두 재앙을 받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옥석구분옥과 돌을 가린다는 의미의 玉石區分으로 아는 듯한데요. 실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느 국어사전에도 玉石區分은 없고, ‘玉石俱焚만 올라 있습니다.

                                                   평양 신양리 대동강변의 돌멩이들

 

따라서 좋고 나쁨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의 표현을 하려면 옥석을 잘 구분해야 한다라거나 옥석을 가려야 한다등으로 풀어 써야지, ‘옥석구분을 잘해야 한다따위처럼 사자성어로 쓰면 안 됩니다.

 

인구에 회자되다따위로 많이 쓰이는 회자(膾炙)’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 한자말입니다.

 

김신조 부대로 더 유명한 부대다. 이들의 신출귀몰한 행태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1976년 한독맥주사건은 증권업계를 발칵 뒤엎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아직도 인구에 회자한다등의 예에서 보듯이 회자는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글 좀 쓴다는 사람들에게는 단골 메뉴중 하나죠.

 

그러나 앞의 예문들에 나오는 회자회자의 참뜻을 모르고 쓴 말입니다. ‘회자의 회()고기나 생선의 회를 뜻하고, ()구운 생선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인구에 회자되다사람들이 회와 구운 생선을 맛있게 먹듯이, 행동·행실·작품 등이 좋은 쪽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다를 뜻하게 됩니다. 나쁜 일에는 쓸 수 없는 표현인 거지요.

Posted by margeul

언제부터가 사극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방송 저 방송에서 사극이 줄을 잇고, 많은 이야기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 사극을 보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성은(聖恩)’도 그중 하나입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할 때의 그 ‘성은’ 말입니다.

 

‘성은’은 “임금의 큰 은혜”를 뜻하는데요. 사극 등을 보면 “임금님의 성은을 입어 왕자를 낳았다” 따위처럼 임금과 잠자리를 함께한 것을 말할 때도 ‘성은을 입다’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러나 “여자가 임금의 총애를 받아 밤에 임금을 모시는 것”을 뜻하는 말은 ‘성은’이 아니라 ‘승은(承恩)’입니다. 한마디로 후대를 잇게 한 은혜라는 얘기죠.

 

또 사극에서는 무수리나 상궁들끼리 싸움을 벌이다가 “내 웃전에 고해 혼구멍내주겠다” 따위로 얘기하는 장면도 종종 나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때 무수리나 상궁이 ‘웃전’에 고하기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흔히 ‘윗전’으로 잘못 쓰는 ‘웃전’은 “임금이 거처하는 궁전”이나 “임금을 높여 이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웃전’은 임금이 대비마마를 가리켜 말하는 2인칭 호칭으로도 쓰였습니다. 그런 말을 무수리나 상궁끼리 싸움하면서 입에 올렸을 리 없습니다. 무수리나 상궁이 임금님 앞에서 ‘누가 어쨌으니 혼내 달라’고 얘기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SBS TV <장희빈>에서 사약을 내리는 장면.

 

참, 사극에서는 ‘사약’도 종종 등장합니다. 임금이 죄인을 죽게 할 때 내리는 독약 말입니다. 그런데요. 많은 사람이 ‘사약’의 한자를 ‘死藥’으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 약을 먹으면 다들 죽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임금이 왕족이나 사대붕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내리는 독약은 ‘死藥’이 아니라 ‘賜藥’입니다. ‘죽이는 약’이 아니라 ‘임금이 내린 약’이라는 뜻이죠. ‘賜’는 “은혜를 베풀다” “분부하다” “주다” 등의 뜻을 가진 ‘사’ 자입니다.

 

공자의 말씀인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뜻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를 받들던 때라, 몸을 상하게 하는 참형이나 거열형을 피한 것만으로도 임금의 은혜를 입은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요. 제가 조금 전에 예문에서 얘기한 ‘혼구멍’도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말입니다. “혼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혼구멍나다’를 비롯해 ‘혼구녕나다’ ‘혼꾸녕나다’ 따위가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바른말이 아닙니다.

 

현행 표준어규정은 어원에서 멀어진 말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말 역시 “혼에 구멍이 나다”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혼구멍나다’를 표준어로 삼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혼꾸멍나다’를 표준어로 정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margeul

숟가락과 젓가락은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입니다.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숟가락을 놓다라는 말이 쓰일 정도죠.

 

그런데요. ‘숟가락젓가락의 표기가 참 묘합니다. 같이 일컫는 말로는 수저라고 하는데, 따로 부르는 말은 숟가락젓가락으로 받침이 달라집니다. 그 이유가 참 아리송합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국문학과생인 남자 주인공 이병헌 씨가 지금은 고인이 된 여자 주인공 이은주 씨에게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속에서 이은주 씨가 ,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왜 젓가락은 받침이잖아. 그런데 숟가락은 왜 받침이야?”라고 묻자 이병헌 씨가 숟가락을 들고는 처럼 생겼잖아라고 대답합니다. 어이없는 대답을 들은 이은주 씨가 , 국문과 아니지라고 면박을 주자 이번에는 그것은 4학년 때 배워라고 또 거짓말(?)을 하지요.

 

두 사람의 연기가 참 좋아 좋은 평을 들은 작품입니다. 저도 몇 번 봤습니다. 그때마다 이병헌 씨의 대답에 웃음이 나곤 했습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포스터

 

 

또 누구는 숟가락은 퍼 먹기 좋으라고 받침을 쓰고, 젓가락은 집기 편하라고 받침을 쓰는 말이 생겨났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모양이 떠 먹기 좋은 처럼 생긴 때문일까요? 그리고 그런 사실을 대학 국문과 4학 때 배울까요? 아닙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의 표기가 다른 것은 아주 간단한 우리말법 때문입니다.

 

수저는 한 말이지만, ‘숟가락젓가락은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선 젓가락은 한자말 ()’에 순우리말 가락이 더해진 말입니다. 그런데 이를 발음할 때 [저까락/젇까락]으로 소리 나므로,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을 첨가한 사례입니다. ‘나루+[나루빼]로 소리 나므로 나룻배로 적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수저뒤에 가락이 붙으면서 [저까락/젇까락]으로 소리가 나 젓가락으로 적는 것이라면, ‘가락이 붙어서 [숟까락]으로 소리가 나는 만큼 숫가락으로 써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숟가락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고요? 그것은 의 원말이 이기 때문입니다. “한 술 뜨고 나가거라할 때의 말입니다. 젓가락은 +가락이지만, 숟가락은 +가락인 거죠.

 

그런데 한글맞춤법 제29항은 끝소리가 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소리가 소리로 나는 것은 으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요. 원래 받침을 가지고 있던 말이 어느 말과 결합하면서 으로 변하고, 그런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아주 굳어진 것이라면, 굳이 어원을 밝히지 않고 그냥 발음대로 적는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 원래 숟가락+가락의 구조를 가진 말인데, ‘술가락보다 숟가락으로 발음하는 것이 편해 예부터 사람들이 그렇게 써 왔으니, 굳이 술가락으로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말 중에는 원말에 있던 받침이 다른 말과 결합하면서 으로 바뀐 것이 꽤 많습니다. 음력 12월을 뜻하는 섣달이 그렇고, 내일을 의미하는 이튿날역시 그러한 말입니다. 음력 11월은 동지가 들어 있다고 해서 동짓달로 부릅니다. 따라서 설날과 이어지게 되는 음력 12월은 원래 설달로 써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이를 섣달[섣딸]’로 발음해 이제는 섣달을 바른말로 삼고 있는 것이지요.

 

어느 날의 다음날을 의미하는 이튿날역시 이틀+이튿날이 된 것이고요. 여름에 생풀만 먹고 사는 소를 뜻하는 푿소+가 변한 말입니다.

 

, 저 앞에서 술저수저로 변하는 것은 아들+아드님’, ‘+나무소나무가 되는 현상(탈락)과 같습니다.

Posted by marg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