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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04 어린이를 슬프게 하는 말 '조막손' (2)

 내일은 어린이 날입니다.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밝고 맑게 자라기를 비는 바람이 담긴 날이죠.


그런데 어린이 날이면 부모들이나 신문·방송 등이 얼토당토않은 말을 쏟아내곤 합니다. 바로 ‘조막손’입니다.


내일 분명 숱한 언론들이 “조몰락 조몰락… 초보 조막손 장인을 꿈꾸다” 따위처럼 어린아이의 손을 ‘조막손’으로 표현한 글을 쏟아낼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손을 ‘조막손’으로 표현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조막손’이란 “손가락이 없거나 오그라져서 펴지 못하는 손”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즉 정상적인 손이 아니라 장애를 지닌 손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인간승리를 보여준 짐 애보트(오른손의 손가락이 거의 없음)나 모데카이 브라운(오른손의 손가락이 3개뿐임)이 조막손이(조막손을 가진 사람)입니다.


‘조막손’의 조막은 ‘조각’의 옛말로 보입니다. 옛 문헌에 ‘조각 구름을’을 ‘조막 구루믈’로 쓴 것이 보입니다. 즉 손가락 전체가 아니라, 일부 조각이라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 ‘조막손’인 셈입니다. 모든 아이의 손을 그렇게 부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의 작은 손을 귀엽게 이르는 말은 ‘고사리손’입니다.

 


이제 주변에서 누군가 아이들의 손을 가리켜 ‘조막손’이라고 말하면 한 번 째려본 후에 ‘고사리손’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조막손’의 조막, 즉 ‘조각’의 옛말인 ‘조막’은 쓸 수 없지만, ‘주먹’의 작은말인 ‘조막’은 바른말입니다. “조막만한 게 까부네”라고 할 때의 ‘조막’ 말입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고요. 누구는 ‘어린이는 어른의 교사’라고도 했습니다. 어린이가 곱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어른이 애써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흔들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언어생활에서는 어린이들을 홀대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김씨는 두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아홉 살짜리가 그런 일을 하다니 대견하다” 따위 예문에서 보이는 ‘-짜리’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짜리’는 도포짜리·삿갓짜리·양복짜리 등처럼 “의관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그러한 차림을 한 사람을 낮춰 일컫는 말”입니다. 두 권짜리, 석 되짜리, 100원짜리 따위처럼 “값이나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얼마의 값 또는 수량을 가진 ‘물건’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사람의 나이를 세는 데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말입니다.


그런데도 어른에게는 절대 쓰지 않는 이 말을 어린아이에게는 마구 쓰는 어른이 참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사전들이 ‘-짜리’의 뜻에 “나이 뒤에 붙어, ‘그 나이의 사람임’을 낮춰 이르는 말”이라는 뜻을 덧대 놓았습니다.


어떤 말의 뜻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것은 말의 생성-성장-소멸의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짜리’를 “나이를 세는 말”로까지 성장시켜 놓은 사전들의 처사는 마뜩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짜리’가 나이를 세는 말로 적당하다면 ‘일흔 살짜리 노인’이나 ‘스무 살짜리 청년’ 등으로도 쓰여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유독 어린아이 나이 뒤에만 ‘-짜리’를 붙이는 언어습관은 어린이를 업신여겨서 그러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 ‘-짜리’의 뜻을 사람의 나이를 세는 말로까지 넓혀 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듯한 말인 ‘-짜리’를 앞으로 쓰지 않는다면, 일부 사전의 잘못을 고쳐 잡을 길이 남아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린아이의 나이를 세는 말로는 무엇이 적당할까요. 그것은 바로 ‘-배기’입니다. 이 ‘-배기’는 한때 일부 사전이 ‘-바기’를 바른말로 삼기도 해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는데요. 지금은 모든 사전이 “나이를 나타내는 말에 붙어, 거기에 걸맞은 나이를 먹었음을 뜻하는 말”로 ‘-배기’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나 조카 등이 세상에서 물건 취급을 받기 바라지 않는다면 ‘-짜리’라는 말부터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margeul